본문 바로가기
리뷰_해외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영화추천 리뷰 줄거리 결말

by 찬숙킴 2024. 5. 14.
반응형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 이 책에 대해서 인스타그램을 통해 접한 적이 있었습니다. 내용이 흥미로워서 밀리의 서재에 담아놓기는 했는데, 아직 읽어보진 못했네요. 어쨋든 영화를 먼저 보게 되었는데 남자 주인공인 미치에다 슌스케가 너무너무 예쁘고 이 영화의 분위기를 이끄는 청량함을 가졌더라구요. 재미있게 본 이 영화에 대해서 리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포스터를 보니 또 한번 아련해집니다.

개봉   2022.11.30.
등급   12세 관람가
장르   멜로/로맨스
국가   일본
러닝타임   121분
 
 

1. 영화 줄거리

 
영화는 마오리(후쿠모토 리코)에게 자고 일어나면 전날의 기억을 잃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며 시작합니다. 방안 곳곳에 붙어있는 매일 해야할 일, 주의사항들. 마오리는 그 메모들을 찬찬히 훑어보고 부엌으로 내려가고, 부모님은 능수능란하게 마오리를 북돋아주며 놀라지 않게 해줍니다. 하지만 식탁 앞에 앉은 마오리는 폭탄 선언을 합니다. 어제 일이 기억난다고....
 
마오리가 선행성 기억상실증이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는 희소식과 함께 영화는 토루(미치에다 슌스케)가 마오리에게 고백하던 과거로 돌아갑니다. 토루는 친구인 시모카와를 일진들로부터 구해주기 위해 얼굴도 모르는 여자애에게 한 고백이었지만, 마오리 또한 얼굴도 모르는 남자애의 고백을 덥석 받아들입니다. 적잖이 당황한 토루는 다음 날 교실로 찾아온 마오리에게, 친구를 위해 한 일이었다며 사실대로 고백합니다. 마오리는 마치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연인인 척 하자는 새로운 제안을 하고, 그렇게 두 사람은 대외적으로 연인이 됩니다. 
 
첫 데이트 날 함께 소풍을 떠난 두 사람은, 마오리가 따스한 햇살 아래서 깜빡 잠이 드는 헤프닝으로 인해 토루가 마오리의 기억장애에 대해 알게 됩니다. 미안해하는 마오리에게 토루는 오히려 행복한 매일을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을 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행복한 날들을 만들어갔고, 날마다 새로운 서로에게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내일의 마오리도 내가 즐겁게 해줄거야

 
 
하지만 역시 행복하기만 한 영화는 없는 걸까요? 그러던 어느 날, 심장병으로 돌연사한 어머니의 유전적 영향으로 토루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납니다. 자신이 떠난 후 마오리가 힘들어할 것을 예상한 토루는 마오리의 절친인 이즈미에게 미리 부탁합니다. 자신이 혹시 죽으면, 마오리가 쓴 일기에서 자신의 존재를 지워달라고... 실제로 마오리는 기억에도 없는 토루의 죽음에 많이 힘들어 했고, 이즈미와 토루의 누나가 합심하여 토루의 부탁을 들어줍니다. 손일기를 타이핑으로 옮기면서, 마오리가 토루와 행복했던 추억들은 토루가 아닌, 이즈미와 함께한 것으로 기록에 남습니다.  
 
그로부터 3년 후인 현재, 기억장애가 낫고 있는 이즈미는 방에 붙어있는 수많은 메모들을 떼어내던 중 메모 하나가 책꽂이 뒤편에 떨어지며 근처에 있던 스케치북 하나를 발견합니다. 스케치북 안에는 한 남자의 얼굴만 가득 그려져 있었습니다. 마오리는 이즈미에게 누구인지 물어보지만, 그냥 도서관에서 몇 번 만난 남자애라며 말을 돌렸습니다. 그러다 이즈미는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그 남자의 얼굴만 그리고 있는 마오리의 모습에 오열하며, 마오리의 원래 일기장을 돌려주고 토루에 대해 설명합니다. 그렇게 마오리는 진짜 일기와 사진, 동영상을 보며 토루를 추억하고, 마음 속에 간직하게 됩니다.
 


 

2. 마음 깊숙히 꽂힌 장면

 

  • 카미야 토루를 잊지말 것.

마오리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으로 매일 아침 리셋된 인생을 시작합니다. 할 수 있는 건 그 날에 대한 '기록' 뿐이지만, 기록은 '기억'과 다르니까요. 마오리는 자신이 잊어버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토루를 잊지 말라는 메모를 매일 확인하는 메모 뒤에 숨겨둡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 붙여놨기 때문에 메모를 붙인 사실조차 다음 날이면 잊어버릴 수 있는데도 말이죠. 저는 이 장면이 토루에 대한 마오리의 순수하면서도 소심한 사랑과, 토루를 잊고 싶지 않다는 절박한 바람을 담담한 문체로 표현한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 만약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슬펐던 장면은, 토루가 죽은 이후 토루가 마오리의 일기, 아니 마오리의 인생에서 사라지는 과정이었습니다. 토루가 죽고, 이즈미와 토루의 누나는 토루의 부탁대로 마오리의 일기에서 토루를 지우고 그 자리에 이즈미를 써넣습니다. 그러면서 토루라는 존재는 마오리의 인생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영화에서 토루의 누나는 일기를 타이핑하면서 처음부터 이즈미라고 쓰지 않고, 일기 그대로 토루를 썼다가 토루의 글자가 드러내지면서 이즈미로 수정됩니다. 이러한 연출은 토루가 사라지는 효과를 더욱 극대화시켰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둘이 함께 있는 행복한 장면이 나왔다가 그 장면에서 토루의 모습이 지워집니다. 사실 이러한 표현은 다른 드라마나, 영화에서 종종 볼 수 있지만, 토루가 이즈미로 대체된 일기와 다르게 과거 장면에서는 토루가 사라지는 것으로 더 이상 표현하지 않습니다. 이즈미가 등장할 거라고 기대한 저로써는 상실감과 허전함이 더욱 크게 다가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3. 극히 주관적인 감상평

 
아직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아서 원작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영화는 좋았습니다. 원작을 읽지 않고 영화를 봐서 다행일 수도 있겠네요. 개인적으로는 소설이든, 웹툰이든 작품이 영화화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 제가 너무나도 좋아했던 인터넷소설 <늑대의 유혹>의 영화를 보고 크게 실망했기 때문이었죠. 물론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과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다르고 저마다의 매력이 있겠지만, 영화는 아무래도 러닝타임이 2시간 내외로 한정적이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담기에는 늘 아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원작의 팬들도 저마다 인상 깊게 보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장면들이 다를텐데, 감독의 판단에 의해 어떤 장면이 선택되고 빠지게 되면서 모두 담을 수는 없으니까요.
 
마오리와 토루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서로 노력하며 예쁘게 사랑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져 왔습니다. 매일매일 좌절하지 않고 어제까지의 일을 복습하는, 특히 토루에 대해서는 하나라도 더 기억하려는 마오리. 그리고 나이에 비해 성숙하고 생각이 깊어 마오리의 상황을 다 이해해주고 더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려는 토루. 매일매일 새로운 서로를 마주하면서도 또 한 번 사랑에 빠지게 되는 그들...
 

머리는 너를 잊어도, 심장은 너를 잊지 않았어.

 
 
마오리의 기억장애가 호전되면서 이즈미는 토루에 대해 알려줄 수 있었고, 마오리는 토루에 대해 기억은 하지 못하지만 그와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오리가 계속해서 기억장애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이즈미가 토루에 대해 알려줄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마오리는 이제 '기록'이 아닌 '기억'을 할 수 있고, 마오리의 심장에는 이미 토루가 말한 절차 기억과 같이 토루에 대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토루는 마오리의 마음 속에 영원히 존재할 것입니다. 토루가 무의미하게 사라지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간혹 흐름이 갑작스럽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이 있었지만, 영화니까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토루의 갑작스러운 사망이었는데요, 어제까진 아무런 문제 없이 밝게 웃으며 헤어진 토루는, 마치 내일의 죽음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이즈미에게 마지막 부탁을 하고 다음날 세상을 떠납니다. 이 때 저는 너무 생각지도 못한 전개다보니, 슬픔보다는 당황을 넘어 황당하기까지 했습니다. 작가의 의도가 있었겠지만 저로서는 차라리 토루가 심장이 원래 안좋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복선이라도 앞에 있었다면 흐름이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