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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_해외영화

누구든 바비가 될 수 있어! 영화 <바비(Barbie)> 후기 리뷰 줄거리 결말

by 찬숙킴 2024.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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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했을 때부터 보고 싶었지만 좀처럼 시간이 나지 않아 못봤던 영화 <바비(Barbie)>가 드디어 쿠팡플레이에 올라왔습니다. 지난해 11월에 개봉했는데 6개월이 되지도 않아 OTT에 올라오다니, 세상이 참 좋아진 것 같아요. 덕분에 맛있는거 먹으며 편하게 집에서 최신 영화를 볼 수 있게 되다니요.
 
유년 시절을 보낸 여자 분들이라면 누구나 바비 인형에 대한 추억을 하나쯤 가지고 있을 것 같은데요. 저 역시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를 꼭 보고싶기도 했습니다. 8등신은 족히 넘는 것 같은 비율과 기럭지에, 완벽한 몸매와 외모까지. 그런 바비에게 감정도 이입하고 알록달록 여러가지 옷을 입히며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거기에 마치 바비를 사람으로 복제(?)한 것만 같은 마고 로비가 주인공으로 나오다니! 최고의 캐스팅으로 이건 도무지 안 볼 수가 없는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열고 보니 그러한 추억을 돌아보는 단순한 핑크빛 영화는 아니었는데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영화 바비, 지금부터 리뷰를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포스터부터 도드라지는 파스텔 색감

 
 
개봉   2023.07.19.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드라마
국가   미국
러닝타임   114분
 


1. 영화 줄거리


바비, 켄, 앨런 등 인형들이 살고 있는 파스텔색 플라스틱 '바비랜드'는 바비(=여성)들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곳입니다.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체형의 바비들은 타고난 것 때문에 스트레스도 받지 않고 저마다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전형적인 바비(마고 로비)'는 이름 그대로 바비들의 원조이자 가장 아름다운 바비입니다. 완벽한 삶을 영위하던 그녀에게 어느 날 갑자기 문제가 생깁니다. 하이힐만 신을 수 있는 그녀의 발 뒤꿈치가 땅에 닿아 버리고, 허벅지에는 셀룰라이트도 생깁니다. '이상한 바비(케이트 맥키넌)'로부터 현실 세계와 이어진 포털의 균열에 대해 듣게 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켄(라이언 고슬링)'과 예기치 못한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현실 세계로 넘어간 바비는 현실 속 여성들의 위치와 역할을 마주하고는 매우 당황하고, 켄은 현실 속 남성들의 위치와 역할을 보고 꿈에 부풉니다. 특히 자신이 여성들의 자랑이자 꿈이라고 생각했던 바비는 '샤샤(아리아나 그린블랫)'를 만나 자신을 바라보는 여성들의 시선이 바뀐 것을 깨닫고 큰 절망에 빠져 도피하려 합니다. 그 과정에서 다행히 문제의 근원이었던 '글로리아(아메리카 페레라)'를 만나 함께 바비랜드로 돌아가는데.... 이미 바비랜드는 켄이 들여온 유치한 가부장제에 속절없이 무너져 '켄덤(Kendom)'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바비와 글로리아가 합심하여 가부장제에 전염된 바비들을 각성시키면서 켄덤은 다시 바비랜드로 복구됩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운 바비는 켄을 켄 그 자체로 인정해주며, 자신도 더욱 의미있게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마침 그녀를 창조한 루스 핸들러를 만나게 되었고 딸 바버라와 딸처럼 여겼던 바비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도 의미를 찾아가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2. 내 맘대로 관람 포인트

 

  • Barbie is Everything, He's jsut Ken.

마치 여성을 상징하는 색이 되어버린 핑크로 도배된 바비랜드와 다양한 아이템들이 눈을 사로 잡습니다. 그리고 적재적소에 활용된 음악들이 귀를 사로 잡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며 눈알이 쉴 새 없이 굴러갑니다. 대통령부터 의사, 변호사, 외교관, 대법관 등 바비랜드에서 바비는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멋진 바비만 있는 것은 아니었지요. 이상한 바비, 판매가 중단된 임산부 바비 등.(마지막에 대통령 바비는 이상한 바비에게 대놓고 이상하다고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지요.)
 
바비의 단짝 켄 또한 다양합니다. 하지만 켄은 역할 없이 그냥 켄일 뿐입니다. 그 중 주인공 켄 역의 라이언 고슬링에 대해 켄 인형과 싱크로율이 떨어진다는 평가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이 영화를 통해 켄의 존재를 처음 알아서 큰 관심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라이언 고슬링은 이러한 지적에 "여러분들이 언제는 켄에 신경 썼기나 함? 켄이랑 놀아준 적도 없었으면서. 걘 걍 악세사리였잖음?"이라고 유쾌하게 넘어갔다고 하지요. 싱크로율은 만들어 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동안 본 적 없던 라이언 고슬링의 능청맞고 찌질한 연기가 너무 잘어울려서 그가 아닌 켄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코믹은 라이언 고슬링이 하드캐리 했다고 생각합니다.
 
추가로 엔딩크레딧이 나올 때 영화에 나온 바비들의 실제 인형 제품들이 나옵니다. 임산부 바비 안에는 정말 아기가 들어 있더라구요. 그리고 영화에 없던, 훨씬 더 다양한 실제 바비 인형들도 나오는데요. 베이비시터 바비, 요요하는 바비까지 상상을 초월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 오래된 캐릭터의 재조명

바비는 여자아이들을 위해 탄생했지만, 극중 사샤의 말대로 여성을 외모지상주의로 억압하고 성을 상품화하는 결과를 낳아 현실세계에서 외면 받은지 오래였습니다. 예쁘다는 이유로 뭣 모르고 바비를 동경하던 저의 어린 시절과는 다른 시선이었던 거죠. 그런 바비가 마냥 예쁘고 가녀린 영화 주인공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자신과 삶의 의미를 찾아나가는 영화의 영웅으로 나와주어 너무 고맙고 멋졌습니다. 나의 추억 한 조각이 영화로 어떻게 표현될까? 기대하며 봤는데 그러한 향수와는 멀었지만, 이러한 전개가 어쩌면 오래되어 그 의미와 빛이 퇴색된 바비가 재조명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레타 거윅 감독의 영화에는 페미니즘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무려 1959년에 태어난 캐릭터 바비를 데려오다니, 아이디어가 매우 획기적이고 참신하지 않은가요? 한계가 있는 캐릭터를 통해  현재의 현실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면서도, 결국 그 인형도 사람이 되고자 한다는 점이 흥미롭죠. 특별히 여성이기에 요구되는 것들, 그리고 완벽한 여성은 없지만 여성, 사람 그 자체로 의미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3. 극히 주관적인 감상평

 
초반부에는 여러 명의 바비와 여러 명의 켄으로 정신이 없어 영화의 흐름은 못따라갔지만 눈과 귀가 호강했고, 중반부부터 흥미로워지면서 마지막까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영화였습니다. 영화에서는 "Barbie is Everything." 이라고 표현했지만 영화를 다 본 후 저의 생각은 두 가지 문장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Every woman is Barbie."
바비가 무엇이든 되는 게 아닌, 누구든 바비가 될 수 있다.

"Barbie is just Barbie herself." 
바비에 대한 정의는 중요하지 않고, 바비는 그냥 바비 그 자체이다.

 
 
바비는 꼭 무언가라고 정의될 필요가 없었습니다. 마지막에 바비랜드를 되찾고 나서, 바비가 봐주지 않으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는 켄에게 '너는 바비의 남자친구가 아니라 그냥 켄' 이야기하면서 그녀도 이미 깨달았던 것 같아요. 어쩌면 "He's jsut Ken."이라는 영화 속 문장은 바비와 차별화시켜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것이었지만, 감독도 결과적으로 말하고 싶은 건 저 얘기 아니었을까요? She's just Barbie. He's just Ken!
 
사실 결말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하이힐에서 내려와 인간세상으로 넘어온 바비, 아니 바버라는 산부인과에 가면서 영화가 마무리됩니다. 바비가 찾고 싶어 했던 그 의미는 출산과 육아였을까요. 루스가 자신을 만들어냈다는 것에 큰 감명을 받은 걸까요? 둘이 손을 잡았을 때 여러 아이들과 엄마들의 파노라마가 지나갔던 게 그것을 의미한 것이었을까요. 아무튼 결말은 살짝 의문이었지만, 결국 바비는 뭐든지 될 수 있고 엄마도 될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바비도 결국 완벽하지 않아도 되고, 약해도 되고, 괴로워도 된다는 것, 그래도 바비는 바비라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

- 그레타 거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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