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봤습니다. 지난해 개천절 개봉한 영화 <30일>입니다. 사실 로맨틱 코미디라고 하기엔 영화 정보상 장르 자체가 코미디로 분류되어 있고, 멜로/로맨스라는 단어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습니다. 포스터에도 '로맨스도 날리고 웃음만 남겼다'고 하니 감독은 코미디에 집중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애매한 로맨틱 코미디 보다는 코미디가 남녀노소 불문하고 다가가기 쉽기 때문에, 흥행이 성공했던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볍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 30일, 리뷰를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30일> / 강하늘, 정소민 주연
개봉 2023.10.03.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코미디
국가 대한민국
러닝타임 119분
배급 (주)마인드마크
1. 영화 줄거리
찌질이 흙수저 변호사 '노정열'(강하늘)과 털털한 금수저 영화 PD '홍나라'(정소민)은 영화처럼 만나 영화처럼 결혼했습니다. 행복했던 것도 잠시, 영화의 시작은 둘의 이혼을 위한 협의이혼상담실을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조정 과정에서 등장하는 과거 회상 씬에는, 너무 다르지만 너무 배려하지 못했던 서로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사랑했던 그들은 서로에 대한 미움과 어쩌면 혐오까지 가지고 있는데요. 숙려기간 30일을 선고 받고, 그 동안 일어나는 일들을 담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함께 투닥거리며 차로 출근하던 길에 둘은 교통사고를 크게 당하며 함께 기억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가족도, 친구도 기억 못하는 상황에서, 기억을 되찾기 위한 환경 조성을 권유하는 의사의 말에 따라 둘은 다시 신혼집으로 입성합니다. 서로를 알아 가는 과정에서 둘은 연애시절처럼 서로 사랑에 빠지는데요. 정열이 넘어지며 머리를 부딪히는 바람에 혼자 기억이 돌아오며 둘 사이는 어색해집니다.
그렇게 30일이 지나 대망의 디데이가 오고, 둘은 결국 이혼 판결을 받고 나라는 곧바로 유학을 준비합니다. 나라가 떠나는 당일, 나라 엄마(조민수)가 갑자기 정열을 찾아와 얼른 집에서 나가라고 하며 나라의 비행기 시간을 알려줍니다. 마지막까지 고민하지만 나라와의 좋은 기억보다 안 좋은 기억들이 회상되는 정열, 과연 둘은 어떻게 될까요?
2. 내맘대로 관람포인트
- 코믹과 진지함을 넘나드는 주연 배우들
배우 캐스팅도 강하늘 배우도 그렇고 정소민 배우도 이미지가 매우 바르고 깨끗한 느낌인데, 그 두 배우가 코미디로 만나 망가지는 모습 자체가 보는 재미였습니다. 코미디 영화답게 다소 과장되다 싶은 부분도 있었지만, 몸과 얼굴을 아끼지 않는 두 배우 덕분에 생각보다 그런 연기가 잘 어울리더라구요. 기억상실 전에는 코믹 연기로 망가지고, 기억상실 후에는 진지하고 잘생기고 예쁜 연기(?)까지 소화해내니, 연기 폭이 넓고 어색하지 않은 배우들을 찰떡같이 캐스팅한 것 같습니다. 특히 감독은 강하늘 배우를 두고 '멋있음과 찌질함을 호감 있게 표현할 수 있는 거의 유일무이한 배우'라고 극찬을 남기기도 했다고 하죠. 정말 동의하는 말입니다.
- 영화를 빛내주는 조연들
사실 저는 주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조연들의 대사나 표정 등이 더 코믹하게 와닿았습니다. 특히 나라 엄마와 정열의 절친 3인방이 정말 웃겼던 것 같아요. 나라 엄마를 맡은 조민수 배우가 반전 매력이었는데요. 고양이 상에 약간 '쎈 언니' 느낌의 배우라 흙수저 정열과의 결혼을 강경하게 반대할 줄 알았는데, 첫 만남에 결혼승낙을 해버립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대사들을 쿨하게 내뱉는 부분들이 웃음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이건 설명보다 장면으로 직접 봐야 묘미이기 때문에, 이 정도로만 넘어가겠습니다. 그 장면은 인스타그램 릴스로도 많이 돌아다니더라구요.
정열의 절친으로 나오는 윤경호 배우의 웃음타율도 좋았습니다. 술집을 운영하고, 정열과 나라를 처음 소개팅 시켜준 역할로 나옵니다. 술집에서 모였다가 정열과 나라가 러브샷 후 스파크가 터지는 장면도 매우 재밌게 봤습니다. 윤경호 배우의 반응과 행동들이 웃음 포인트를 잘 살려주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영화 내내 말 없이 폰 붙잡고 코인 중이던 폐인(?) 친구의 반전 모습과 친구들의 반응도 재미있었네요. 너무 자세히 서술하면 혹시나 영화 보실 분의 재미가 반감될 테니, 간단히만 말씀드릴게요.
3. 극히 주관적인 감상평
실관람평을 보면 호불호가 갈리지만 전반적으로는 좋은 것 같습니다. 3주나 되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관객 수 1위를 기록하기도 했고요. 저는 영화관에서 보지는 못했지만, 영화관에서 본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해요.
무엇보다 예상치 못한 때는 반전 매력을 보여주고, 반전이 예상될 때는 반전이 나오지 않아서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소심한 남자와 털털한 여자의 만남, 금수저와 흙수저의 만남, 교통사고로 인한 기억상실 등 영화의 큰 맥락들은 다른 작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입니다. '하지만 부모의 반대를 이겨내고 만나서 행복하게 살았다.' 이런 뻔한 결말로 가지 않아 좋았습니다. 결혼의 장벽은 낮았으나 서로 너무 달랐던 둘의 갈등도 첨예하게 보여줍니다. 숙려기간 후 조정일에도 아무런 반전 없이 헤어졌고, 마지막에 공항까지 찾아간 정열을 보고 나라는 쿨하게 출국장으로 들어갑니다.
술집 사장 형이 본인의 이혼 얘기를 하면서, 나름 이 영화의 복선이 나옵니다. 근데 저는 복선인 줄 모르고 봤으니 아직 영화에 대해 이해하려면 한참 멀은 것 같아요. 그는 두 번의 이혼 위기 중 한 번은 이혼 신고를 깜빡했는데, 다시 판결 받기도 번거롭고 그냥 서로 같이 살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었죠. 정열과 나라도 결국 이혼도장을 찍었지만, 아직 90일의 이혼 신고기간이 남아 있는 점을 언급해 사실상 재결합을 하며 영화는 마무리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로맨스를 기대하지 않는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배우들이 말하기를,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인데 '코미디 로맨스'라고 말하고 싶다고 하네요. 로맨스의 부분이 적을 뿐 아니라 둘의 연애 장면도 설렘보다는 코믹하게 그려지기 때문에, 저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코미디 영화라고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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