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리뷰할 영화 <시민덕희>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입니다. 2016년 경기도 화성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던 김성자 씨가 보이스피싱 조직과 총책 검거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사건입니다. 물론 저는 알고 본 것은 아니지만, 평소 선호하는 라미란 배우가 포스터 중앙에서 꼭 보라는 듯한 표정으로 서있어서 자연스럽게 보게 된 것 같습니다. 뭔가 '시민'의 이미지와 물불 안가리는 이미지인게 라미란 배우가 덕희와 찰떡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관객수가 170만 정도로 엄청 흥행하진 않았지만, 손익분기점은 넘어선 것 같습니다.
개봉 2024.01.24.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드라마
국가 대한민국
러닝타임 114분
1. 영화 줄거리
덕희(라미란)가 운영하던 세탁소에 화재가 생겨 대출을 알아보던 어느 날, 거래은행의 손대리라는 사람이 합리적인 대출상품을 제안하겠다며 전화를 걸어옵니다. 그는 대출에 필요하다며 신용등급을 높인다는 등 이런저런 수수료를 요구하는데요, 대출이 절실했던 그녀는 아무 의심없이 돈을 보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보이스피싱이었음을 뒤늦게 인지하고, 경찰에 신고해 보지만 박 형사(박병은)은 덕희의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고 못 찾는다며 수사에 나서지 않습니다.
사실 덕희에게 여러 차례 보이스피싱을 전화를 걸었던 재민(공명)도 보이스피싱 조직에 붙잡혀 강제로 사기 전화를 건 것이었습니다. 매일 같은 구타와 폭력, 사기 속에서 재민은 지옥 같은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자신이 속한 보이스피싱 집단을 경찰에 제보하기로 결심합니다. 재민이 선택한 사람은 덕희. 그녀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조직의 위치와 총책의 정보를 알리고, 덕희는 고민 끝에 이들을 잡기 위해 나서는데요. 경찰도 포기한 사건, 덕희는 재민도 구출하고 잃어버린 돈도 찾겠다는 일념으로 직장 동료들과 함께 중국 칭다오로 직접 날아가는데... 무대뽀 시민 덕희의 추적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2. 내맘대로 관람 포인트
- 막무가내 칭다오행, 어이없는 웃음 포인트
영화의 중반부, 덕희가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을 잡기 위해 칭다오로 떠나는 지점부터 영화가 급격히 어수선해집니다. 알고 보니 칭다오로 넘어간 순간부터 마지막 칭다오 공항에서 총책이 체포되기까지는 픽션이었는데요. 실제 인물인 김성자 씨는 칭다오로 간적이 없었고 인상착의랑 사진을 경찰에 보낸뒤 현장팀이 인천공항에서 체포했다고 합니다. 중국 공안 또한 개입하지 않았죠.
그렇다면 사실상 초반 이후 대부분의 각본이 실화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셈이었습니다. 아무리 영화고 중국인 동료인 봉림(염혜란)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넓은 중국땅 칭다오에서 겨우 몇 가지 단서를 가지고 재민을 찾으러 떠난다는 설정부터 엄청난 무리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와중에 장윤주 배우의 과장된 연기로 정신이 없고, 안은진 배우는 어설픈 억양의 한국어만 구사할 뿐 극중 특색도 매력도 없었는데 이런 4인조가 어떻게 구성된 건지 의문이었습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칭다오 행으로 인해 각본은 실화라는 뼈대를 잃고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개연성에 어이가 없어서 실소가 나오는 부분들이 군데군데 있지만, 영화 초반에 보여준 완성도에 비하면 중반부터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매우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 영화보다 실제가 더했다? 무능한 경찰의 끝
문제가 발생했는데 경찰에 신고해도 아무런 진전도 없고 자기들끼리 종결해서 결국 주인공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내용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보이는 소재입니다. 사회 뉴스 면에서 보이는 기사들만 보더라도 그런 무능한 경찰은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거기에 보이스피싱이라는 소재가 더해져서 참신했고, 주인공이 폭력적으로 해결하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좋았습니다.
박 형사는 중반까지 덕희의 이야기를 무시하며, 대한민국 경찰의 무능함을 그대로 보여주는데요.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해 갈 곳 없는 국민이 의존할 곳은 경찰 뿐인데 그 따위로 행동한다는게 너무 화가 났습니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영화 속 경찰보다 현실에서의 모습이 더 최악이었다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박 형사는 뒤늦게라도 칭다오까지 합류하는 열정을 보이지만, 실제 경찰은 한 번도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으며, 오히려 김성자 씨의 모든 공을 자신들에게 돌리는 충격적인 만행을 저질렀다고 합니다. 보상금에 대한 부분도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MBC 취재가 시작되자 부랴부랴 쥐꼬리만한 돈만 던져줬다고 하니 말이 안 나올 지경입니다.
작중 박 형사도 처음에는 무기력하게 나오는데, 증거가 없는데다 여러 대형 사기 사건으로 고생한다는 명분이라도 설정했더군요. 이후 덕희의 메일로 명백한 증거가 날아오자 덕희에게 사과를 하고 갑작스레 열정이 끓어오른다며 사건에 적극 개입하는 등 어이없지만 귀여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물론 다른 경찰들은 여전히 답답한 모습이었지만 아마 현실과 비슷하게 연출했다면 관객들은 총책보다 경찰에게 더 욕을 날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3. 극히 주관적인 감상평
영화 내용적으로 봤을 때는 보이스피싱이라는 무거운 문제를 다루면서도 배우들의 유쾌하고 코믹한 부분이 조화를 이루어 전체적으로 적당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라미란, 염혜란 배우의 현실적이면서 코믹한 연기를 보고 있자면 최고의 캐스팅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보이스피싱에 대해 깊게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었고, 전화로 사기치는 사람들은 그냥 그 개개인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조직을 움직이는 뒷배가 따로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강제로 감금 당해서 그들이 하라는대로 해야하는 끔찍한 현실과 공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보이스 피싱에 대한 경각심을 살려주었다는 평이 많습니다. 덕희 일당의 활기참과 대비되는 그들의 참혹한 모습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긴장감을 주기도 합니다.
총책이 체포되는 과정에서 통쾌한 부분은 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덕희가 마지막까지 심하게 구타 당했지만 여권 하나 때문에 체포되는 허술하고도 갑작스러운 결말은 다소 아쉽습니다. (아,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무생 배우 너무 좋아하는데 맨날 싸이코패스나 범죄자로 나와서 너무 슬픕니다..)
사회적으로 보더라도 기획 의도가 매우 좋았고 감사합니다. 영원히 묻혀질 뻔한 사건이 8년 뒤에서야 영화화를 통해 빛을 보았습니다. 뒤늦게 사건이 널리 알려지면서 김성자 씨는 부패·공익신고 포상금 대상자로 선정되어 피해액 전액에 해당하는 액수를 포상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추천이 올라갔다고 합니다. 피해액 전액은 진작에 줬어야 하는거고 포상금인데 더 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김성자 씨에 대한 포상도 물론 중요하지만, 당시 업무 해태와 소극적인 행정을 펼쳤던 담당 경찰들을 징계함으로써 앞으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찰 문화를 바로 잡아나가는 것이 근본적인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업무 해태도 문제지만 검거 성공 후 처리가 더 최악이네요. 제발 이 영화를 통해 부끄러움을 느끼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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