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배우의 빅팬인 저는 강동원 배우가 나오는 영화는 웬만하면 다 보는 편입니다. 나름 최근에 나온 <천박사 퇴마 연구소>도 혼자 극장에 가서 봤었는데요, 이번달에 또 새로운 영화가 개봉한다고 하니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리뷰할 영화 <검사외전>은 막상 나왔을 때부터 봐야지, 봐야지 해놓고 8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처음 보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영화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스포당한 게 없어서 나름 재미있게 봤습니다. 황정민 배우와 강동원 배우, 그리고 빛나는 여러 조연들이 함께하는 <검사외전>에 대한 리뷰를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개봉 2016.02.03.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범죄, 코미디
국가 대한민국
러닝타임 126분
1. 영화 줄거리
검사들 사이에선 다혈질로 소문난 변재욱(황정민). 스스로도 나쁜놈들을 합법적으로 '조지기 위해' 검사가 됐다고 말하고 다닐 정도입니다. 어느날 시위현장에서 전경의 머리를 깨뜨린 젊은 용역청년이 송치되는데, 늘 그랬듯이 재욱은 피의자에게 폭행을 행사하며 심문을 합니다. 다음 날 아침에도 심문을 위해 취조실에 들어간 재욱은 밤 사이 숨져 있는 피의자를 발견합니다. 정황상 바로 어제까지 그를 구타한 재욱이 용의자로 몰리는데요, 그는 선배검사 우종길(이성민)의 술수로 정당방위라는 주장을 앞세우며 집행유예로 풀려나려고 했지만 돌연 종길의 배신으로 꼼짝없이 15년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됩니다.
하루아침에 잘나가는 검사에서 범죄자로 전락한 재욱, 그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몇번이나 재심신청을 했지만 당연히 모두 기각됩니다. 그러다 간수들에게 부동산과 관련된 법률조언을 해준 일을 계기로 교도소 간부들에게 검사일을 하며 얻은 법조계의 노하우를 전수하기 시작합니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재욱은 '9번방 영감님'이라는 이름으로 교도소를 군림하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포기하지 않고 결백을 밝히려는 일은 남몰래 계속 펼치고 있던 그때, 엄청난 인연과 마주칩니다.
5년 전 죽은 피의자와 똑같은 말을 하는 한치원(강동원)이었습니다. 치원은 빼어난 미모를 가졌지만 입만 열었다 하면 쉴새없이 거짓말을 늘어놓는 프로사기꾼이었죠. 재욱은 자신을 도와준다면 무죄로 출소하게 해주겠다는 조건으로 치원을 꼬드깁니다. 그런 재욱을 수상히 여기면서도 출소라는 말에 덜컥 요구를 수락한 치원은 재욱의 결백에 필요한 중요한 증거를 얻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그러나 증거를 얻기 위해 이용한 옛 친구가 종길의 사주로 심각하게 구타 당하자 치원은 죄책감을 느끼며 더 이상 재욱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돌변하는데요. 과연, 재욱은 결백을 밝힐 수 있을까요?
2. 내맘대로 관람 포인트
- 마지막까지 짜릿, 통쾌했던 5년간의 복수극
교도소에 수감된 순간부터 재욱은 같은 방 사람들한테 매일같이 구타당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면서도 결백을 향한 집념은 계속됩니다. 재심신청이 수차례 기각됐음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조용히 교도소에서 자신의 세력을 넓혀간 재욱. 긴 세월이 흘러 운명같은 치원을 만나 증거를 하나둘씩 수집하며 운명의 날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종길도 만만치 않죠. 자신의 인맥과 권력으로 재욱이 하는 일을 사사건건 방해하더니, 마지막 재심이 열리는 날 아침까지 결국 재욱은 교도소 안에서 자신의 오른팔이었던 영철(김원해)에게 칼을 맞습니다. 재욱과 각별할 정도로 충성스러웠으나 교도소장에게 협박을 당한 것이었죠.
우종길의 계략으로 결국 재판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인가? 두근거렸지만, 역시 영화의 반전은 없었습니다(?). 배에 부상을 입었음에도 구급차를 타고 법정에 등장한 재욱. 지금까지 모은 증거를 제출합니다. 재욱이 증거로 내놓은 것 중 하나는 피의자의 네뷸라이저였는데, 워낙 다혈질인 종길이 어디서 가짜를 가져와서 장난치냐고 흥분하는 바람에 자멸하고 맙니다. 여기에 치원이 최후로 챙겨둔 녹음기에 종길이 네뷸라이저를 한강에 직접 버렸다는 내용까지 공개되자, 종길은 재욱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으며 본성을 드러내 그의 범죄 행각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죠.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순간이었습니다.
- 숨은 오류 찾기
시나리오가 허술하다는 평가를 받는 방증으로, 여느 영화보다도 많은 오류 사항들이 지적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검찰과 교도소의 일반적인 업무가 틀린 경우에 대해 한 로펌 변호사가 하나하나 지적하였고, 저는 그것을 나무위키를 통해 접하였습니다. 일반인이라도 의심해볼만한 내용부터, 실무자이기에 알 수 있는 부분까지 지적하고 있어 이러한 오류도 영화 관람 후 찾아보니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영화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영화감상에서 끝나면 이러한 내용을 알 길이 없이 기억에서 사라질텐데, 포스팅을 위해 이런 저런 내용을 찾아보는 과정에서 또하나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아래는 제가 흥미롭게 느꼈던 오류들입니다.
1. 애당초 죽은 피의자에 대한 관건은 천식 여부였다. 현직 검사가 연루된 사건인 만큼 현실적으로 부검을 안 했을 리가 없고, 부검을 했다면 그 여부는 휴대용 흡입기의 존재와는 상관없이 얼마든지 알 수 있다. 범죄와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체를 부검하지 않은 것은 말이 안 되며, 과거 독재 정권조차도 부검 소견을 100% 조작하지는 못했다. 게다가 천식은 작중에서 "흡입기를 떼면 도저히 살 수 없다"고 언급된 데다 직접 네뷸라이저까지 처방받을 정도로 심한 만성 천식인데, 그 정도면 국민건강보험에 따라 기나긴 전자 건강의료 기록을 가지고 있어 이것만 조회해도 바로 천식 환자 여부를 알 수 있다. (흡입기는 의사의 진단과 처방전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약품이다. 개인이 그냥 약국에서 구매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보험수가 적용 약품이므로 처방과 구매 기록 모두 국민건강보험에 기록이 남는다.) 2. 후배 검사가 (퇴직했다곤 하나) 까마득한 선배 검사를 보내버리는 것도 검찰계 관행상 일어나기 힘든, 영화니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정의감에 불타 일하더라도 말이다. 정확히는 자기도 검사 인생 포기하고 같이 동귀어진하는 것 정도라면 가능하지만, 영화처럼 여전히 검사로 남아서 성공하기는 힘들다. 보통 이런 경우는 기소했던 해당 검사도 아무리 주변에서 좋은 소리를 듣는다 해도 옷 벗을 각오를 해야한다. 실제로 과거 검찰계의 비리를 고발한 검사들도 옷을 벗었다. 대한민국 검찰청 문서를 보면 현재의 검찰 시스템으로는 초임 평검사가 아무리 양심이 깨끗하더라도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나 외압을 거부하기가 힘들고 상급자의 비리를 캐내기도 힘들다. 3. 변재욱의 사주에 의해 같은 방의 방장을 CRPT들이 교도봉으로 마구 팬다. 방장이 무슨 잘못을 한 것도 아니고 "내가 왜 이송 가냐?"고 물어보았을 뿐인데 마구 패는 건 일제강점기도 아니고 말이 안 된다. 교도관이 수용자 한 방만 쳐도 신문에 나오는 것은 물론 교도소장까지 옷 벗을만한 사안이다. 영화처럼 아무 잘못도 없는 방장을 팼다면 법무부 장관이 책임지고 물러날 사안이다. 4. 5년이 흘렀다고 하는데 교도소장과 직원들이 그대로다. 교도소장은 절대 교도소의 사장이나 주인이 아니라 그냥 공무원이다. 학교장처럼 인사이동으로 계속 바뀐다. 통상 1년~1년 6개월이면 바뀌니 시기적으로 3~4번은 바뀌었어야 하는데 변재욱이 처음 왔을 때 소장이 5년이 지나도 그대로 있다. |
어떤 분야든 감독이나 작가, 배우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실무자들이 아는 만큼 100% 알 수는 없습니다. 저렇게 영화의 오류를 하나하나 짚어내는 분이라면 영화 보는 내내 불편했을 것 같은데, 그 정도까지 예민하게 받아들여야 하나 싶은 생각도 한편으로는 듭니다. 그래도 많은 관객의 몰입이나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서는 영화는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서는 안 되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영화든 드라마든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 정도로 오류가 많은 것은 그만큼 준비가 부족했다는 뜻이고, 이일형 감독의 첫 장편 영화 데뷔작이었으니 이 영화를 발판 삼아 앞으로 발전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3. 극히 주관적인 감상평
내용은 살짝 허술하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좋고 (강동원의) 비주얼도 좋으니 스토리에 대한 기대는 잠시 넣어두고 가볍게 보기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던져놓은 떡밥은 많았는데 메인 스토리인 재욱의 결백만 밝혀지고, 회수되지 않은 주조연들의 떡밥이 많아 다소 아쉬웠습니다.
범죄 영화답게 영화 초반부터 폭력성이 많이 나타나 눈살이 찌푸려지긴 했습니다. 재욱의 폭력적인 수사 과정도 영화기에 더 과장한 것이길 바래봅니다. 폭력검사로서의 변재욱은 분명 문제가 많고, 그 스스로도 마지막 재심에서 본인의 과거를 반성하고 뉘우치니 넘어가겠습니다. 한치원은 엄청나게 사기를 잘 치는 인물로 나오는데, 입만 열면 거짓말이고 본인이 한 말도 앞뒤가 안 맞으며 기억조차 못하는 것을 보니 구치소까지 갈 정도의 사기는 애초에 못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기에 속는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였죠. 영화 속 코믹요소를 유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사기꾼이라는 역할에 걸맞는 철저함은 다소 부족했다고 생각되지만 극 후반부로 갈수록 치원의 역할이 부각되기는 합니다.
한편 5년 동안이나 풀지 못한 사건의 실마리들이 마지막에 갑자기 우르르 쏟아지고, 우종길에게 우호적이었던 양민우(박성웅) 검사나 최 판사(주진모) 등이 갑자기 정의감을 드러냅니다. 영화 스토리를 급하게 매듭짓기 위한 장치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앞서 로펌 변호사가 지적한 내용 중 하나로 상명하복이 매우 심한 검찰 문화에서 후배가 선배를 배신하는 것은 현실적이진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것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기보다는 픽션의 장점 또는 매력으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패한 현실과 다르게 만들어 통쾌함을 느낄 수 있어서, 그리고 종국에는 그러한 현실로 나아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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