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 개봉했던 영화 도그데이즈를 최근에 보았습니다. 가족끼리 소소하게 웃고 감동받으며 힐링할 수 있는 영화인지라 개봉 시기가 적절했던 것 같습니다. 반려인으로서 저 또한 '도그데이즈'라는 제목자체를 보는 순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는데요. 싱글족부터 초보엄마아빠, 성공한 건축가 할머니 등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가 담긴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사실 옴니버스 영화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개'라는 존재는 영화 속 인물들 뿐만 아니라 저와 이 영화도 연결해준 것 같습니다. 기분 '개' 좋아지는 영화, 도그데이즈에 대한 리뷰를 시작하겠습니다.
개봉 2024.02.07.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드라마
국가 대한민국
러닝타임 120분
1. 영화 줄거리
민상(유해진)은 건물주로 영혼까지 끌어모아 매입한 건물을 매일같이 '개똥밭'으로 만드는 1층 동물병원 때문에 머리가 아픕니다. 오늘도 세입자인 수의사 진영(김서형)과 티격태격하던 민상은 동물병원에서 한 성격하는 할머니를 만나는데, 알고 보니 세계적 건축가 민서(윤여정)입니다. 회사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위해 민서의 도움이 절실했던 민상은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진영을 공략하기 시작합니다.
한편 반려견 완다와 산책하던 민서는 갑자기 길에서 쓰러지게 되며 완다를 잃어버리고 맙니다. 동네에 살고 있는 지유네 가족(지유, 선용, 정아)은 완다를 발견하고, 지유의 부탁으로 완다를 임시보호 하기로 합니다. 지유(윤채나)는 사실 선용(정성화)과 정아(김윤진)가 입양한 아이인데요, 완다로 인해 상처를 치유받고 엄마아빠에게 마음을 열어갑니다. 정아는 어렵사리 지유의 마음을 열어준 완다의 주인이 나타날까봐 걱정이 됩니다.
민서는 자신을 구해준 MZ 배달 라이더 진우(탕준상)와 함께 자신의 하나뿐인 가족인 완다를 찾아 나서고,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합니다. 결국 전단지를 발견한 선용은 집으로 가져와 정아에게 건네주는데.. 민서는 완다를 찾을 수 있을까요?
2. 내맘대로 관람 포인트
- 귀염뽀짝 등장동물들의 일품 연기
개배우(?)의 연기력이 사람 배우 못지 않습니다. 적재적소에서 때로는 불쌍한 표정, 때로는 약오르는 표정도 지으면서 한숨도 쉬고, 뒤돌아 엎드리기도 하니 개들이 정말 연기가 가능한가? 놀라웠습니다. 요즘 CG가 워낙 발달했으니 CG 처리를 한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죠. 그 정도로 김덕민 감독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인 개들을 섭외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작품에 어울리는 개를 찾기 위해 전문 훈련사들과 수차례 회의를 거치고 오디션(?) 또한 수없이 진행했다고 하는데요. 오랜 시간 공들인 끝에 이 영화의 사랑스러운 주인공들인 완다, 차장님, 스팅 캐릭터와 찰떡인 개들을 캐스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캐스팅 후 촬영 과정도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가 느꼈던 강아지의 연기력이 사실 카메라를 켜놓고 원하는 모습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서 만든 결과물이라고 하더라구요. 관객이 보는 하나하나 짧은 장면이 오랜 인고 끝에 나온 것이라니, 힘들었을텐데 포기하지 않고 다 같이 찍은 배우들도, 감독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러한 각자의 노력과 정성 덕분에 감쪽같이 사실같은 장면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 이 영화의 감동은 지유가 8할이었다.
윤여정 유해진 김유진 등 믿고 보는 주역들의 활약 역시 뛰어났지만,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누구보다 돋보였던 배우는 지유 역을 맡은 윤채나 배우였습니다.
지유는 보육원에서 자랐으며, 파양 경험이 한 번 있는 아이였습니다. 그러한 경험 때문에 제 나이처럼 밝지 못하고 일찍 철들 수 밖에 없었죠. 자신도 힘들지만, 그럼에도 남을 위로할 줄 아는 따뜻한 아이였습니다. 그 위로를 받은 정아가 지유를 입양하기로 결정했지만, 지유는 또 다시 파양 당하진 않을까 모든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먹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조용하고 얌전하게 집에 있습니다. 그러한 지유가 완다를 만나면서 제 나이의 순수한 미소를 찾을 수 있었던 게 참 좋았습니다. 마지막에 완다를 보내기에는 너무 슬퍼 울면서도, 완다가 잃어버린 보호자를 그리워할 거라며 보내주자는 성숙한 모습까지, 스토리에 감동받으면서도 어린 배우가 이렇게까지 연기할 수 있다는 사실에 계속해서 놀랐던 것 같아요.
사실 입양 가정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다뤄지는 주제기도 하고, 다루는 내용이 한정적이다 보니 뻔하게 흘러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지유네 가족의 전체적인 스토리는 뻔한 입양 가정 스토리였지만, 그것을 빛나게 만든 것은 누구보다 지유였다고 생각합니다.
3. 극히 주관적인 감상평
영화 속 외로운 이들이 반려견과 만나면서 팍팍한 삶에 온기를 찾아가는 것처럼, 자칫 평범할 수 있는 내용이 개를 만나 영화가 색을 얻은 것 같습니다. 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루는 이런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는 크게 좋아하지 않는데요. 스팅의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서로 잘 이어진 것 같아 보는데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저는 영화에 대한 느낌이 전반적으로 좋았습니다만, 사실 스팅과 현(이현우), 다니엘(다니엘 헤니)의 에피소드는 개연성이 매우 부족했던 것 같고 극의 흐름이 방해될 정도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영화 제목이 '도그데이즈' 인 것 만큼 차장님과 완다 두 마리만 이야기하기는 아쉬웠을 것입니다. 그리고 소형견인 차장님, 중형견인 완다, 거기에 대형견의 이야기도 하나 필요했을 테지요. 스팅은 잘못이 없습니다, 강아지는 항상 천사인걸요. 하지만 스팅의 에피소드는 억지로 끼워 맞춘 듯 하였고, 스팅 자체의 이야기나 매력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죽은 보호자 수정과 그녀를 추억하는 남자친구들 이야기만 짤막하게 구성되었습니다. 마지막에 수정의 역할로 깜짝 등장하는 김고은 배우 정도가 볼 거리였던 것 같네요.
현이 선용의 후배인 것 외에는 다른 스토리와는 전혀 관련성도 없고, 선용의 직업 또한 현과 억지로 연결하기 위한 설정이라고 느껴졌습니다. 현의 캐릭터 설정도 배우와 안어울렸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현 역할로는 김선호 배우가 캐스팅 됐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생각해도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어쨌든, 굳이 현남친과 전남친까지 이어주는 개의 역할이 필요했는지 의문으로 남습니다. 스팅의 얘기를 좀 더 재미있게 구성해봤다면 저에겐 완벽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요즘같이 각박한 시대에 보기 어려운 착하고 순수한 영화였습니다. 순수한 개들과 사람들을 보며 지친 마음을 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개들의 귀여우면서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고싶으시다면, 영화 도그데이즈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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