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마지막 즈음에 개봉해서 두 번째 '천만 영화'를 기록한 <서울의 봄>에 대해 리뷰하고자 합니다. 손익분기점이 460만 명이었는데 그의 세 배 가까운, 무려 1312만 관객을 동원하는 성적을 거두었는데요. 저는 당시 영화관에서 보았는데 이제야 리뷰를 쓰게 되었습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79년 10월 26일부터 12월 14일까지, 즉 10.26 사건부터 12.12 군사반란 직후까지 다룹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내용이기 때문에, 역사를 배운 사람이라면 이미 결론을 알고 보는 것과 다름없었습니다. 하지만 보는 내내 긴장이 감돌았고, 결론은 정해져 있지만 조금이라도 달라지길 바라며 손에 땀을 쥐고 보았네요. 아직 안 보신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한국인이라면 이 영화를 꼭 봐야된다는 말씀과 함께 리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개봉 2023.11.22.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드라마
국가 대한민국
러닝타임 141분
1. 영화 줄거리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 후 서울에 바람이 불어온다는 희망도 잠시, 보안 사령관 전두광(황정민)은 사조직 '하나회'를 통해 은밀하게 세력을 넓혀갑니다. 참모총장 정상호(이성민)는 전두광의 세력을 견제하며, 육군본부 교육참모부 차장 이태신(정우성)에게 수도경비관 직 제안을 했습니다. 정치에 관심없다는 이유로 수도경비관 제안을 거절했던 그는, 참모총장의 서울을 지키고자 하는 진심어린 부탁에 결국 수락하게 되고, 이로써 전두광은 이태신을 견제하기 시작합니다.
정 총장은 나아가 하나회를 뿌리뽑기 위해 핵심 인물인 전두광, 노태건을 동해안 등으로 보직이동(사실상 좌천)시킬 것을 국방부 장관 오국상(김의성)에게 건의합니다. 곳곳에 퍼져있는 하나회 인물로 인해 참모총장의 움직임을 알게 된 전두광은 결국 군사반란을 도모하게 되는데...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입니까!
하나회 일동은 처음에는 아연실색했지만, 그들 역시 참모총장이 자신들을 가까운 시기에 축출할 것임을 짐작하고 있던지라 결국 뜻을 함께하기로 합니다.
대망의 12월 12일, 전두광은 정 총장 연행과 동시에 정 총장 체포 재가를 받아낼 계획이었는데, 의외로 최한규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재가를 거절해버리는 변수가 발생합니다. 결국 재가를 받지 못한 전두광 휘하 병력의 참모총장 불법 연행 과정에서 총격전이 벌어졌고, 총 소리를 듣자마자 국방부 장관은 육군의 정보망이 닿지 않는 미군사령부로 부리나캐 도망갑니다.
그 당시 전두광의 계략에 빠져 육군본부를 이탈했던 이태신 포함 세 명의 장군은, 본부로 복귀하여 대통령 재가를 못 받고 일단 물러나려는 전두광의 위치를 신속히 파악하고, 그를 국무총리 공관 정문 앞에 붙잡아두는 데 성공하지만....(후략)
2. 내맘대로 감상 포인트
- 한국 실화 기반 영화 중 압도적 흥행,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의 역사 등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는 많습니다. 물론 관객 수만 봤을 땐 <서울의 봄>을 뛰어넘는 작품들도 있었으나, 영화가 불러온 파장과 우리에게 끼친 영향력으로 보자면 개인적으로는 <서울의 봄>이 압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요즘같이 영화 시장이 얼어 붙었을 때, 작년 두 번째 천만영화로 등극하기도 하였으니까요.
제 생각엔 역사적으로(?) 온 국민이 아는 실존 반란자들과 사건을 콕 집어 영화화 하였으며, 인물부터 상황까지 최대한 사실적으로 만들려 했던 감독의 연출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명을 쓰진 않았으나 실명만큼 잘 어울리게 한 글자만 바꾼(전두환 → 전두광, 노태우 → 노태건) 센스부터 말이지요. 예전 같았으면 이렇게 제작할 생각도 못했을거니와, 제작하더라도 심의에서 걸러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걸 보면 저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나 봅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쿠데타에 성공한 전두광과 하나회 일당이 다같이 단체사진을 찍는데요, 처음엔 배우들의 단체 사진이 나온 후 한 명씩 클로즈업되며 모티브가 된 인물들이 추후에 어떤 요직들을 거쳤는지 자막으로 약력이 나열됩니다. 엔딩은 당연하게 노태건과 전두광 순으로 장식됩니다. 이후 플래시가 한번 더 터지고 흑백사진으로 바뀐 이후에 화면 전체가 암전이 된 후, 엔딩 크레딧이 나오기 시작하고, 도중에 전두환을 비롯한 실제 하나회 단체사진으로 바뀌어 비치는 연출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 반역자보다 더 울화통 터지게 만드는 빌런들
- 육군참모차장 민성배
전두광의 계략에 빠져 육군본부를 이탈했던 이태신 포함 세 명의 장군은, 본부로 복귀하여 대통령 재가를 못 받고 일단 물러나려는 전두광의 위치를 신속히 파악하고, 그를 국무총리 공관 정문 앞에 붙잡아두는 데 성공합니다. 전두광의 반란을 초장에 실패로 끝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그러나 이런 중요한 상황에서 육군참모차장 민성배는 "전두광을 너무 자극하지 말자"며 전두광을 곧장 체포하려는 김준엽 준장(김성균)을 만류합니다. 강경하게 진압하려는 김 준장에게는 권위를 들먹이면서 말이죠.
참모총장 납치로 부재인 상황에서 직무대리자로서 반란군을 진압해야 하는 참모차장이라는 사람은, 이렇게 소극적인 자세로 서울의 봄에서 한 발 자국 멀어지게 만들었습니다. 실세인 전두광과 하나회의 병력이 두려워서였을까요? 어떤 이유에서든 납득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 국방부 장관 오국상
당신 말이야, 지금 이시간 부로 수경사령관 직위 해제야! 무슨말인 줄 알아?! 이제 부터 당신 아무것도 아니라고! 이태신이는 수경사령관이 아니다! 직위 해제되었다!
총 소리에 부리나캐 도망쳤던 국방부장관은, 마지막에 갑자기 다시 나타나 끝까지 목숨바쳐 반란을 진압하려는 이태신에게 회군 명령을 내립니다.(그냥 숨어나 있지...) 태신이 명령을 듣지 않자, 직권으로 직위해제까지 시켜버리며 전두광의 반란 성공에 쐐기를 박아버립니다. 마지막까지 모든 관객들의 분노를 치밀어 오르게 하는,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한 줄기 희망까지 처절히 짓밟은. 본인의 안위를 위해 국가를, 그리고 국민을 저버렸던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이라는 사람.
3. 극히 주관적인 감상평
사실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전두환의 12.12 사태를 모를리가 없을 것입니다. 그 역사를 살아온 어른들이 있으며, 그 역사를 배우며 자라는 아이들이 있기 떄문입니다. 하지만 자세한 내용은 서술되지 않은 채 사건의 배경과 주동자, 결과 위주로 배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문과 출신인 제 경험에 의하면 국사에서도 근현대사의 비중은 매우 낮고, 근현대사에서도 현대사의 비중은 매우 낮았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한민족의 뿌리만을 좇아 너무 먼 옛날, 근현대사 이전의 역사에 대해서만 깊게 공부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한국 현대사를 다룬 역사물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 중 무려 57.9%를 젊은 층인 20~30대가 차지했다는 사실입니다. 그 시대를 경험한 세대부터, 경험하지 못한 세대까지 하나로 합쳐지게 하는 것이 바로 역사 아닐까 싶었습니다. <서울의 봄> 영화를 기회삼아 많은 역사가들과 역사 교사 분들이 현대사에서 국민이 꼭 알아야 하는 부분을 더 깊이 연구해주시고, 학생 때부터 의미있는 역사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막을 수 있기에 화가 났던, 1979년 12월 12일 그 날밤 철저히 감춰진 그 9시간... 그 시간들을 영화로서 밝혀주신 제작진들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역사를 잊은 자에게 미래는 없다.
* 본 영화의 초기 편집본 분량이 5시간에 달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첫 편집본은 3시간 분량이었다고 김성수 감독이 밝혔습니다. 광화문에서 이태신이 등장한 씬 이후로 어떻게 편집되어도 상관없다고 김성수 감독이 편집 감독에게 요청했더니, 거의 편집하지 않고 모두 붙인 최초 버전이 3시간이라고 합니다. 그것을 줄이고 줄인 끝에 현재의 140분 버전으로 개봉을 하게 됐다고 하는데요. 3시간 분량의 버전이 감독판으로 구분되어 나오게 될지 기대가 되며, 나오게 되면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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