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리뷰할 영화는 1994년, 무려 30년 전 작품인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입니다. 얼마 전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를 보고 큰 여운이 남았었는데, 중경삼림은 왕가위 감독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하면서도 가장 사랑받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1995년 첫 개봉 이후 2013년, 2021년, 2022년, 2024년까지 총 다섯 번이나 개봉했습니다. 현재는 쿠팡플레이와 넷플릭스, 왓챠에서 스트리밍으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저는 집에서 보긴 했는데, 영상미나 크게 나오는 배경음악이 상당히 매력적이라 추후 또 재개봉한다면 영화관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중경삼림> / 양조위, 왕페이, 임청하, 금성무 주연
개봉 1995.09.02.(대한민국)
출연 임청하, 양조위, 왕페이, 금성무 등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드라마
국가 홍콩
러닝타임 102분
배급 (주)디스테이션
1. 영화 줄거리
기억이 통조림에 들어 있다면 유통기한이 없기를 바란다. 만일 유통기한을 정해야 한다면 만 년으로 해야지.
5월 1일 하룻밤의 이야기입니다. 만우절 연인 '메이'의 이별 통보가 거짓말이길 바라며 술집을 찾은 '하지무'(금성무). 연인이 좋아하던 과일인 파인애플 통조림 중에서도 유통기한이 자신의 생일인 5월 1일까지인 것만 매일 한 통씩 구매하며 기다리지만, 메이의 연락은 오지 않습니다.
고된 하루를 보내고 같은 술집에 들어온 금발 가발 여인(임청하). 여인은 사실 마약 밀매업자로, 인도인들에게 마약을 전달하는 것을 실패하고 인도인들에게 쫓기다 온 것이었는데요. 둘은 같이 한 잔 하며함께 밤을 보냈지만, 그녀는 정말 쉬고 싶은 곳이 필요했습니다. 다음 날, 하지무는 여인의 생일축하 메세지를 받고 그녀와의 기억을 영원히 간직할 것을 다짐합니다.
"그녀가 떠난 후 이 방의 모든 것들이 슬퍼한다"
매일 여자친구 줄 샐러드를 사러 오는 순찰 경찰 '663'(양조위)의 단골 식당 점원 '페이'(왕페이)의 이야기로 전환됩니다. 그 식당은 식당이기도 합니다. 페이는 663의 여자친구가 식당에 두고 간 이별의 편지를 몰래 보고, 663의 집 열쇠를 얻게 됩니다. 페이는 663의 집에 몰래 숨어들어 청소를 하며 그의 옛 여자친구의 흔적을 지웁니다. 둘은 거리나 663의 집에서 자꾸 부딪히게 되고, 집에서 우연히 시간을 함께 보내기도 합니다. 어느 날 페이가 그동안 집을 정리한 것을 알아챈 663은 페이에게 '내일 8시에 캘리포니아에서 기다리겠다'라고 데이트 신청을 하지만, 페이는 그에게 편지 한 통 남긴 채 술집 캘리포니아가 아닌 진짜 캘리포니아로 떠납니다. 1년 후, 스튜어디스가 된 페이는 식당으로 돌아오는데, 경찰을 그만두고 식당을 넘겨받은 663과 재회합니다.
2. 내맘대로 관람 포인트
- 독특한 구성으로 말하는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
연인과의 이별을 겪은 두 남자 경찰을 주인공으로 한 두 개의 에피소드가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영화입니다. 제가 기존에 봐왔던 옴니버스식 영화와는 다르게 1부와 2부 내용이 명확하게 나누어져 있습니다. 1부는 금발 가발의 마약밀매상과 경찰 223(하지무)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하룻밤의 미묘한 만남을, 2부는 경찰 663과 식당 점원 페이의 교감을 그렸습니다. 또한 1부는 중경맨션 주변을 배경으로 하였으며 2부는 홍콩 센트럴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극중 인물과 배경의 차이로 인해 1부와 2부에서 풍겨지는 분위기는 차이가 매우 큽니다.
네 사람이 만들어낸 두 개의 로맨스는 그 인물들만큼 너무나 독특하고 개성 넘칩니다. 하지만 이별로 인해 상처받은 청춘들이 충분히 아파한 후 새로운 사랑으로 치유받는 맥락은 동일합니다. 새로운 사랑을 그려나가는 방법에 대한 감독의 독특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으면서, 실연을 겪어도 또 다른 사랑은 온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감각적인 영상미와 배경음악의 완벽한 조화
본 영화는 영상미와 배경음악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과 여운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감독은 스텝프린팅 기법, 핸드헬드 촬영 등 당시 영화에서는 흔히 볼 수 없었던 촬영 기법을 사용하여 감각적인 영상미를 보여줍니다. 스텝프린팅 기법은 카메라를 고정한 상태에서 인물의 움직임을 반복적으로 촬영하는 기법으로, 인물의 움직임이 마치 잔상처럼 남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또, 핸드헬드 촬영은 카메라를 손에 들고 촬영하는 기법으로, 인물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며 현장감을 더해줍니다.
특히, '캘리포니아 드림',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등의 배경음악이 영화의 분위기, 영상미와 어우러져 왕가위 감독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영화 속에 삽입된 음악들은 주인공들의 감정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관객들의 몰입감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 아침 출근길에도 캘리포니아 드림을 한 곡 반복하면서 왔는데, 들을 때마다 극 중 페이처럼 몸이 절로 흔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3. 극히 주관적인 감상평
영화 '중경삼림'의 이름은 중국의 도시 충칭(重慶)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중경(重慶)은 표준중국어로 충칭이라 읽고 광동어로는 충힝,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을 영어식으로 읽은 충킹맨션 내진 청킹맨션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고 하는데요. 중경은 처음 들어봤으나 충칭과 청킹은 많이 들어봐서 이런 것들을 알아가는 재미도 소소했습니다.
사실 저는 작년부터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시도한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저에게 시도라는 건 영화 시작 후 15분 정도에서 그만 봤다는 뜻인데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영화는 1부와 2부의 분위기 차이가 심합니다. 1부는 어둡다고 표현될 정도이며 2부는 밝고 시끄러운데요. 처음에는 1부의 혼란한 분위기를 따라가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 대해 '90년대 홍콩 반환 직전의 혼란스러운 감성과 청춘들의 불안감 등 그 당시 사회적, 문화적 분위기를 잘 담고 있다'는 평이 많은데, 1부의 분위기가 딱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하고 싶은 건 딱히 없지만 자유롭고 싶었던 2부의 페이도 혼란했던 청춘 아니었을까 싶네요.
사실 지금까지 이 영화가 회자되는 데는 2부가 큰 몫을 했던 것 같습니다. 배경음악의 댓글들만 보더라도 전부 양조위, 왕페이에 대한 얘기 뿐이고, 강동원의 우산 씬을 뛰어넘는(훨씬 전 영화이지만) 양조위의 모자 씬들은 보는 이들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저는 개봉 후 30년이 지난 후에야 봤지만, 왕가위 감독의 독특한 감성 덕분인지 그 예전의 영화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한 영화가 30년 이상의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고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중경삼림>을 꼭 추천드리고 싶고, 저처럼 1부가 어렵게 느껴지더라고 첫 관람 때는 그냥 흘려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여러 번 보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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