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들고 왔습니다. 2016년 개봉한 월트 디즈니 오리지널 스토리 작품, <주토피아>입니다. 제목의 뜻은 이상향을 의미하는 '유토피아(Utopia)'에 동물원을 뜻하는 'Zoo'를 합성한 단어입니다. 많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그렇듯 이 또한 단순히 재미만을 위한 작품은 아닙니다. 많은 현실의 벽이나 편견의 벽에 부딪히며 살아온 성인들이 더 공감하면서 오히려 많이 배울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아쉬움 하나 없이 즐겁게 본 영화 주토피아, 리뷰를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주토피아>
개봉 2016.02.17.
등급 전체 관람가
장르 애니메이션, 액션, 모험, 코미디, 가족
국가 미국
러닝타임 108분
배급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1. 영화 줄거리
누구나 살고 싶은 도시 1위, 세상에 둘도 없는 조화로운 도시 주토피아에서 동물들은 인간들과 같은 일상을 살아갑니다. 호화로운 사하라 광장부터 추운 툰드라 타운까지 다양한 지역들로 구성되어서 사자부터 가젤까지 포식자와 피식자를 막론하고 다양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모든 포유류의 삶의 터전이지요.
이곳에서 태어난 꼬마 토끼 '주디 홉스'는 어려서부터 경찰을 꿈꿉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토끼는 홍당무나 캐고 살라며 그녀의 꿈을 철저히 짓밟습니다. 어렵게 입학한 경찰학교에서도 주디는 작은 체구 때문에 하는 훈련마다 낙제점을 받기 일쑤였지만, 반드시 경찰이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악착같이 버텨냅니다. 결국 뛰어난 실력으로 경찰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주토피아 최초의 토끼 순경이 됩니다.
기대를 안고 첫 출근한 주디에게 주어진 업무는 주차 단속입니다. 아무도 주디를 제대로 된 경찰로 봐주지 않고, 높은 편견의 벽과 부딪히던 중 경찰서장실에 한 수달부인이 찾아와 없어진 남편을 찾아달라고 호소합니다. 주디는 나서서 자신의 정체성과 꿈을 위해 수달남편 실종 사건에 뛰어듭니다. "48시간 안에 사건 해결을 못하면 해고다!" 주디는 수달이 마지막으로 찍힌 CCTV 사진 속에 찍혀있던 사기꾼 여우 '닉 와일드'에게 협동 수사를 제안하는데… 과연 주디는 시간 내에 무사히 수달을 찾을 수 있을까요?
2. 내맘대로 관람 포인트
- 귀엽고 매력있는 동물 캐릭터
동물의 세계를 그리면서 섬세한 부분들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동물들의 특성들을 하나하나 잘 드러냄으로써, 인간의 동물화가 아닌 진짜 동물이 사는 듯한 세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캐릭터들이 각자의 매력은 가지면서도 둥글둥글 귀엽게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털도 한올한올 잘 표현되어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특히 주디는 커다란 눈망울과 귀로 감정표현을 하는데 볼 때마다 너무 귀엽고 만져보고 싶더군요. 아, 참고로 토끼들끼리 귀엽다는 건 괜찮은데 다른 동물이 토끼에게 귀엽다고 하는건 실례라고 해서 주디는 귀엽다는 표현을 싫어합니다. 닉의 내리깐 눈도 캐릭터와 매우 잘 어울리고, 나무늘보의 고장난 듯 멍청한 표정도 매력적입니다.
- 동물을 통해 인간 세계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다.
하지만 이러한 귀여운 동물들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동물 세계를 통해 실제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실을 담고 있다는 점이 이 영화가 명작으로 평가받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겉보기에는 조화로운 도시 같았지만 알고 보면 동물들은 종에 대한 편견에 사로 잡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여러 계급으로 구분하고 있었습니다. 교활한 여우는 믿을 수 없고, 멍청하고 약한 토끼는 경찰이 될 수 없습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여우에게 차별대우를 하는 거야,
라고 하지만 동물들은 여전히 여우를 색안경끼고 보고 있습니다. 닉 또한 여우라는 종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어린 시절 상처받고 결국 스스로가 그 편견에 자신의 모습을 맞춰 살기로한 케이스입니다. 거리의 사기꾼으로 살지만 본성은 교활함과는 거리가 먼, 정의감과 진심을 가진 캐릭터죠. 우리 말에도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는데, 편견 속에 산다는 것은 나 스스로도, 다른 사람에게도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피식자들을 무시하는 포식자들과 포식자들에 대해 피해의식에 빠진 피식자, 그 둘 사이 편을 가르려 하는 자도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설정들은 동물을 넘어서 인간 세계의 인종이나 성별에서 비롯되는 차이와 차별, 편견으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것 같습니다.
한편 차량국에서 나무늘보 플래시의 느릿한 업무처리 과정이 너무 웃겼는데, 미국 공무원의 느릿한 업무 처리를 비꼬는 표현이라고 하니 디즈니의 디테일에 감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영화 속에 담긴 코미디 요소도 단순하고 유치한 것이 아닌 블랙 코미디 성격으로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는 수준 높은 유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3. 극히 주관적인 감상평
그럼 내가 최초가 되면 되겠다!
경찰이 되고싶어하는 딸이 걱정스러워 '지금까지 토끼가 경찰이 된 적은 없었다'며 설득하는 부모님에게 주디가 씩씩하게 내뱉은 말입니다. 주디는 토끼는 경찰이 될 수 없다는 세상의 편견과, 작은 체구로 훈련에 번번이 낙제점을 받는 현실에 부딪히면서도 무려 경찰학교 수석졸업을 해냅니다. 경찰이 된 후에도 토끼를 무시하는 경찰서장으로 인해 또한번 좌절하지만, 꿈을 위해 모든 것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결국 주토피아에서 주목하고 있던 장기미제사건(?)을 해결해내죠. 꿈 앞에서 누구보다 용감한 주디의 모습은 꿈을 가진 어린이, 청년, 그리고 어른들에게도 희망과 용기를 줍니다.
그리고 주디의 마지막 대사를 통해 많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삶은 복잡한 거예요. 우리 모두 단점이 있죠. 우리 모두 실수를 하죠. 그러니 긍정적으로 봐요. 우린 공통점이 많으니까요.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할수록 서로의 차이를 더 포용하게 될 거예요." 영화 내내 사회적 편견과 다양한 계층 간의 갈등을 보여주면서도, 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주디의 모습에, 우리 현실에서도 해결책을 찾은 것만 같은 감동이 일어납니다. 현실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메시지가 쉽고 간결해서 매우 좋았습니다.
재미와 웃음, 감동과 교훈까지 두루두루 갖춘 영화 주토피아, 아직 안 보신 분이 있다면 강력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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